① 연구는 사회적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사용되기 때문이다.
학문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가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지만,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연구의 결과는 언제나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거나 사용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특정연구가 특정 집단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더 많은 연구가 개인보다 특정 단체나 정부 주도로 수행되고 공적자금이 투여되는데, 이때 연구비를 제공한 주체, 즉 기업이나 정부, 이익단체 등의 목표에 따라 연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연구가 온전히 가치중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② 연구결과의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영역에서는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들이 초래되기도 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나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사회적인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연구결과가 초래할 다양한 가능성들을 충분히 예측하고 숙고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발전만을 추구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기술의 장기적, 간접적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연구결과에 대한 예측의 불가능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은 바로 이러한 자각에서 비롯된다.
③ 연구결과가 실질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연구결과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현대의 기술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양적, 질적, 시간적인 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세계화의 문제, 빈곤의 문제, 인구 문제, 위험의 문제, 교육의 문제 등이 전문가적인 학술연구에 의해 초래되거나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이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④ 연구자의 전문성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의 전문 지식은 나날이 세분화되어, 이제는 어느 학문 분야에서건 한 사람의 전문분야가 매우 협소하고 배타적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더 많은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그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전문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전문가에게 더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⑤ 학술연구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연구들은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고 있다. 공적 자금은 결국 세금이거나 기업에 투자한 개인들의 돈이다. 따라서 공적자금을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기술인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