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저는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을 교육하고, 방장으로서 실험실 중간 관리자의 역할도 하면서 제 실험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이런 저의 활동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거나 보상해 주실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다. 제가 많은 시간을 쏟아 열심히 가르친 후배의 연구 논문이 발표될 때에도 저를 저자로 넣어주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마음에 드는 학생은 연구에 별로 참여하지 않았어도, 국제학회에 자주 가고 연구실에서 발표하는 논문마다 매번 저자로 이름을 올립니다. 인건비도 더 많이 받고 있고요. 이렇게 불공평한 대우를 받으면서, 연구를 계속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을 읽은 김 교수님과 이 교수님의 토론입니다.
김 교수: 이런 일이 발생한 배경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실제로 교수가 매우 편파적으로 실험실 운영을 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또 하나는 이 학생이 (박사과정학생으로서 후배들 도와주고 실험실을 챙기느라 일을 많이 하긴 하지만, 정작 자신의 실험은 잘되지 않는 데 반해 별로 일도 하지 않는 후배는 실험이 잘 진행되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으로 말미암아 좀 과장해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전자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럴 때는 늘 이 두 가능성이 조금씩 겹쳐서 갈등이 커지게 되죠.
이 교수: 저도 김 교수님 의견 중, 원인 분석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연구실이란 곳이 교수와 학생의 소통의 장인데 그런 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곳이라면 구성원 모두에게, 특히 교수에게 더 많이, 책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김 교수: 원인이야 어떻게 되었든 갈등은 해소되어야죠. 그러려면 저는 학생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직접 교수에게 문의해서 답변을 청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면담을 통해서요.
원인이 전자라면 교수는 그 자리에서는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각성을 하고 고쳐나갈 겁니다. 원인이 후자고 제가 그 교수라면, 저는 학생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조목조목 지적해 오해를 풀고, 학생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려 할 겁니다. 순간적으로 교수가 기분이 나빠서 소리라도 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과 갈등을 그냥 마음속에 넣어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교수가 잘 받아주지 않고 마음속 불만이 계속 커지면, 결국 이 학생은 그 실험실에서 성공적인 연구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실험실을 떠나야지요.
학생이 무언가 두려워서 교수에게 이것을 말할 수 없다면, 그건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이글에 나온 얘기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학생만이 아닙니다. 교수도 크게 피해를 보게 됩니다. 불만에 쌓인 학생한테 교수와 후배 학생이 하는 일(연구)이 제대로 보이겠습니까? 일이 잘못되면 교수, 학생, 후배, 그리고 실험실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갈등이니 꼭 교수를 찾아서 면담하시길 바랍니다.
이 교수: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합니다.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온라인 상에 먼저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지도교수가 칼자루를 잡고 있는 형편인데, 실험실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 학생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사실 관계를 몰라 제가 더 이상의 조언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 교수: 이 교수님 말씀도 타당합니다. 제 얘기가 좀 원론적이긴 하지요. 그런데 교수가 아주 형편없는 인간이어서 이 말을 교수에게 꺼내기조차 어렵다면, 또 교수에게 얘기했을 때 불이익을 줄 사람이라면, 학생은 당장 실험실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자발적으로 말이지요. 실험실을 옮겼을 때 학생은 불이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선 그게 옳은 선택일 겁니다. 그간 투자한 시간이 아깝긴 한데, 그동안 실력을 갖추었다면 다른 실험실에 가도 크게 지연되진 않을 것입니다. 요즘같이 학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실험실을 옮기기는 아주 쉬운 일일 것 같네요. 제 생각에 지금 이 정도의 불만과 고민을 계속 안고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든 해소가 되지 않으면, 학생은 성공적으로 연구를 수행해갈 것 같지 않습니다. 또, 좋은 연구지도도 받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 면담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사람이라면 좋은 연구지도(저는 박사과정의 연구지도에, 인성지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도 해주지 못할 사람이라고 보이네요.
제가 학생보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 것은, 이 경우 제3자가 개입하여, 특히 우리나라 현실에서 다른 교수가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 문제는 학생과 교수가 직접 앉아서 면담을 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이 교수: 김 교수님이 고민하시는 부분에 대해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해결의 고리를 교수가 잡고 있으니 교수 잘 뽑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는 논문 실적만 보고 뽑았으니…. 다른 나라를 보면 후보자가 얼마나 다른 사람과 협력을 잘하는가를 보고, 거기에 문제가 있으면 아무리 논문이 좋아도 결격 사유로 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학생의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출처 : 연구윤리정보센터 2010.11.24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PP. 331~333에 수록되었습니다.